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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경제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만 좋았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경제가 연착륙할지 혹은 경착륙할지에 있다. 내년에는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도 하락할 전망이다.

민간소비가 성장 이끌었던 미국경제,
내년엔 소비 중심으로 둔화 예상

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0%로 지난해(3.5%)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1%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경제가 이처럼 높은 성장을 보이는 것은 GDP의 69.1%(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년에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처분소득에 비해 소비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00년 12월에서 2023년 9월 사이에 실질 가처분소득은 2.1% 증가했는데, 실질 소비지출은 10.9%나 늘었다. 미국 가계가 저축한 돈을 많이 써버렸다는 이야기다.

둘째, 소비의 주축 역할을 하는 중간가구의 소득 감소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에 7만8,250달러였던 가계 중위소득이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줄었다. 올해도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 소득이 줄었을 것이다.

셋째,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가계가 서비스 부문의 지출을 줄일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 코로나19 완화로 서비스 지출이 늘면서 소비를 견인하고 있으나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가계는 외식이나 여행 등 서비스 지출부터 줄이게 될 것이다.

넷째,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것도 소비가 위축되는 요인이다. 2021년 3월에는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였으나 올 9월에는 2.7%(2010년 1월~2023년 8월 평균 1.9%)로 늘었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다섯째, 자산가격 하락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글을 쓰는 11월 초 기준으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수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과 이익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주가지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2021년에 2.7%까지 하락했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에는 7.7%까지 상승하면서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집값도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의 부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나타나면서 소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 외에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비를 결정하는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 2분기 연방정부 부채, GDP의 120.6%…
심화하는 대내외 불균형 속 달러 가치 하락할 전망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대에 접근하면서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소비 중심으로 미국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이 대폭 증가하고 물가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고용 확대와 물가안정이다. 고용과 물가를 고려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

다음으로, 유동성 축소가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2022년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올 7월까지 5.25~5.50%로 대폭 인상했다. 더불어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양적긴축도 같이 단행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으로 미국의 통화량이 실물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광의통화(M2)를 명목 GDP로 나눈 마셜 케이가 2021년 말 0.87에서 올 3분기에는 0.75로 감소했다. 마셜 케이는 국가의 통화 공급 적정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다. 1990년 이후 장기 데이터의 분석 결과 마셜 케이와 10년 국채수익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73으로 높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이 미국 국채 보유를 축소한 것 역시 금리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14년에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약 34%였으나, 올 2분기에는 약 24%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는데, 2013년 말에 1조2,700억 달러였던 중국 투자자의 국채 보유액이 올 9월에는 7,781억 달러로 급감했다. 연준이 양적긴축으로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국채를 매도하니 국채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가지 요인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시장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소비가 줄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올 7월 99.8이었던 주요 6개국 선진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등)에 대한 달러지수가 지난 10월에는 106을 넘어섰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보면 2022년 9월 114.1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에서의 일시적 반등인 것으로 판단된다. IMF의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세계경제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5.4%에서 2028년 24.0%로 줄어들게 된다.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 축소는 곧 달러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여기에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올 2분기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20.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대외 순부채도 GDP의 67.2%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도 2000년 71.1%에서 올 2분기에는 58.9%로 줄었다.

2000년 이후 통계를 보면 10년 국채수익률과 달러지수는 동행(상관계수 0.34)했다.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미국경제가 머지않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국채수익률도 다시 하락하게 된다. 10년 국채수익률 하락은 곧 달러지수 하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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